나의 형, 이창호 (이영호)

서점에 갔다가 바둑관련 교재 뭐가 있나 둘러보다가 발견한 책이다. 동생 이영호씨가 형 이창호9단에 대해 쓴 책이다. 친동생이 친형에 대한 얘기를 썼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창호 피규어라도 있으면 당장 사겠다고 평소 생각하던 터라 이 책을 보고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 내용은 이창호9단의 중국 대회 원정기가 주를 이룬다. 평이한 문체로 일관되어 있지만, 실제 대국에 대한 상황 전개를 박진감 넘치게 잘 표현한 느낌이다. 아직 보지 못한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만화책 또한 이런 식이 아닐까 싶다.

이창호9단
단지 바둑을 오랫동안 잘둔다. 별명이 석불이다. 대국중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알고 있었다. 책을 통해서 왜 별명이 석불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당대 최고의 프로기사이면서 한번도 우쭐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그냥 숙여해질 뿐이다. 

그의 바둑은 '두터움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다 받아 주면서도 마지막의 정밀한 계가를 바탕으로한 끝내기로 반집승을 이뤄낸다. 어려서부터 나이 많은 기사들과 대국하면서 항상 예의를 갖춘 모습이 반상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던 것일까. 아니면 이겨야 사는 프로 세계에서 터득한 그만의 깨달음일까. 그냥 신비로울 뿐이다. '돌다리도 두드린 후 돌아서 간다'는 우스갯 소리 또한 그의 기풍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그가 바둑을 연구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밥먹고 바둑만 연구할 것이다라는 나의 생각은 빗나갔다. 바둑 이외에 테니스, 독서, PC게임등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고 한다. 큰 시합전에 3~4시간 포석을 준비하는 수준이며, 어렸을 때도 바둑 연구 시간은 3~4시간이었다고 하니, 지금 바둑 연구생들에 비하면 적은량이 아닌가 싶다. 사실 요즘은 나도 많은 시간을 연구하는 것보다 얼마나 집중력 있게 짧은 시간에 연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또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섭렵할 때 한 분야의 정점인 위치에 올라설 수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이창호9단의 승부사로서 모습과 인간적인 모습은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동시대에 같이 살면서 그의 모습을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

by 피아골 | 2007/12/16 13:36 |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piacol.egloos.com/tb/168324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